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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감상 후기 (칠천량 해전, 영웅적 회복탄력성, 울돌목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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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은 여전히 명량(2014)이 쥐고 있습니다. 개봉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그렇게까지 오래갈 영화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다시 보면서 이 영화가 왜 그 자리를 지키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칠천량 해전 패배, 이순신이 떠맡은 것들 영화는 승리의 순간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정유재란(丁酉再亂)은 1597년, 임진왜란 이후 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일본이 다시 조선을 침략한 전쟁입니다. 정유재란이란 임진왜란의 연장선상에 있는 2차 침략으로, 이때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漆川梁 海戰)에서 원균이 이끄는 함대가 궤멸적 타격을 입습니다. 칠천량 해전이란 조선 수군이 보유한 거북선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력을 한꺼번에 잃은 전투를 말하며, 이 결과로 이순신이 다시 수군통제사 자리에 복귀했을 때 남아 있던 배는 고작 12척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조정에서는 수군을 해체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명을 어기는 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이순신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로 그 명을 거부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건 비장함이 아니라 일종의 당혹감이었습니다. 12척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그 시점에서는 오히려 무모하다는 인상이 더 강했거든요. 병사들의 상태도 최악이었습니다. 칠천량 해전의 패배 충격으로 사기가 무너진 군사들 사이에서 탈영을 시도하는 병사까지 나왔고, 부하 장수들마저 싸움을 포기하자고 이순신을 설득하러 옵니다. 이순신은 이 상황에서 도망친 병사를 군율(軍律)로 다스립니다. 군율이란 전투 집단 내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 체계로, 전장에서 이탈한 병사에게 공개적으로 처벌을 내리는 장면은 냉혹하지만, 동시에 무너진 집단의 심리를 다시 묶어야 했던 지휘관의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영웅적 회복탄력성, 두렵지만 나아가...